런닝맨! 잠들어 있는 의궤를 찾아라!!
지난 6월 19일에 방영된 SBS의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의 무대는 우리의 위대한 문화재들이 보관되어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이었습니다. 이 곳이 런닝맨의 무대로 선정된 것은 올해 우리 문화계의 가장 큰 소식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외규장각 의궤 반환'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함대에 의하여 약탈된 외규장각 의궤 297권이 드디어 '영구임대'라는 형식을 빌려 우리에게 반환이 되었는데요. 지난 6월 11일에는 광화문광장과 경복궁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대규모의 대국민 환영행사를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출처 : SBS 런닝맨 방송 화면)
이번에 반환되는 외규장각 의궤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소장하게 되었답니다. 현재 돌아온 의궤들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고에서 보관중이며 7월 중순 이후부터 일반 관람객에게 특별전시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또한 지방 박물관에도 순회 전시를 진행하여 145년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를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알리고 의궤의 뛰어난 역사적 가치를 일깨워줄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아무래도 역사적으로 뜻깊은 문화재이다보니 여러 방송 매체를 통해 많은 국민들에게 우리의 문화재가 돌아왔음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는데요. 이번에 SBS 런닝맨에서 외규장각 의궤를 주제로 미션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런닝맨들은 무사히 미션을 완수해낼 수 있었을까요?
(출처 : SBS 런닝맨 방송 화면)
런닝맨 멤버들에게 주어진 단서 중에는 "잠들어있는 의궤를 찾아라"는 지령이 있었습니다. 잠들어 있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지하'를 의미하였고, 결국 전시실 지하에 있는 의궤를 찾는 것이 런닝맨의 목표였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지하가 있다?!
그런데 방송 내용 도중에 의문점이 들었던 분이 계시다면 그 분은 분명히 국립중앙박물관을 관심을 갖고 둘러보신 분이 분명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상설전시관을 꼼꼼하게 둘러본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전시실에는 지하 전시실이 따로 없습니다.
1층 전시실부터 3층 전시실까지 총 3개의 층에 각각의 전시실이 분포되어 있는데요. 어디로 가봐도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없다는 것을 방문한 분이라면 누구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런닝맨의 지령이 틀렸다는 내용이 되는데... 과연 국립중앙박물관의 지하는 어디로 가야하는 것일까요?
바로 비밀은 건물의 구조에 있습니다. 박물관을 관람객들이 주로 출입하는 전면부는 사실은 건물의 3층에 해당하는 곳이랍니다. 실제 건물의 층수로는 3층이지만, 전시실로서는 첫번째 층이므로 1층 전시실로 불리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런닝맨에서 말한 '지하'라는 공간은 전시실 공간의 아래층을 의미하는 것이 된답니다.
실제로 전시공간의 아래 층에 해당하는 건물 1층에는 전시실에서 보여주지 못한 귀중한 유물들을 각각의 성격에 맞도록 환경을 맞추어주어 안전하게 보존하고 있답니다.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고'가 위치해 있는 곳이죠.
방송의 주인공이었던 '외규장각 의궤' 역시 바로 이 수장고에서 관람객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준비중에 있답니다.
철저한 보안 체계, 내진 및 방화설비를 완비한 수장고
사실 방송에서는 출연진들이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의궤를 찾으러 간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실제로는 불가능한 일이랍니다. 실제로 연예인은 물론이고, 방송 카메라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바로 이 곳 수장고이기 때문이죠.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고는 21개의 내부 수장고와 2개의 외부 수장고로 이루어져 있는데, 내부 수장고의 경우에는 무려 7중 보안 체계로 엄중하게 접근 관리하고 있으며, 24시간 감시체계까지 진행 중인 곳이랍니다. 심지어 박물관 직원조차도 유물 관리에 직접적인 권한이 없는 경우에는 단 한 단계의 보안도 통과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박물관 직원조차도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는데, 연예인들이 뛰어다니며 들어가고, 심지어 방송 효과를 위해 각종 특수효과를 설치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이죠. 아마 방송에 나온 지하 공간은 외부 하역장과 연결된 외부 수장고 부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처럼 철저한 보안 체계로 감시되는 수장고 내부는 유물들이 오래도록 보존되는 것이 제1의 목적이기 때문에 여러 유물들의 성격에 맞추어 최적의 보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환경을 유지시켜 줍니다.
수장고 단면구조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종이나 회화, 옷, 목재 등 습도에 예민한 유물들은 습도관리를 위해 고가의 '조습패널(특정 습도 이상에서는 습기를 머금고, 이하가 되면 다시 습기를 배출하도록 제작된 건축재료)'을 방 전체에 둘러서 사용하여 55%의 습도에 맞게 관리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경우 공조를 관리하는 전원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도 상당 시간 유물을 적정 습도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건물 자체가 내진 설계를 통해 지진에도 대비되어 있으며,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사태에 대비해 여러 종류의 화재 감지 센서가 부착되어 화재 즉시 진압되도록 철저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합니다.
또한 전기누설에 의한 화재는 애초에 막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곳 외에 전기 콘센트를 설치하지 않았으며, UV에 의한 유물 손상 방지를 위하여 조명 역시 UV차단등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쇠로 만든 못은 사용금지, 유물은 관리자의 눈에 띄도록 보관
유물을 관리하고 있는 수장고의 모습 중 간혹 방송에 나오는 다른 연구기관의 수장고의 모습을 보면 노란 바구니에 유물을 차곡차곡 쌓아서 빽빽하게 보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이 곳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고에서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모든 유물들은 수장고 내부에 마련된 목재 진열장에 하나씩 펼쳐져서 보관되어 있고,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한 눈에 유물이 보이도록 보관되어 있습니다.
이는 수시로 전시를 위해서 필요한 유물이 반출입될 경우에 해당 유물을 빠르게 찾아서 전시에 활용하고, 이때 해당 유물 외에도 주변에 근접한 유물들의 상태를 관리자가 한 눈에 파악하여 유물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보존 처리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상자에 켜켜이 쌓여서 보관할 경우보다 면적당 보관 효율은 떨어지지만, 유물의 상태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합니다.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내부에 사용된 진열장의 경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쇠못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쇠못을 사용하게 되면 부식하게 될 경우 다른 유물에 오염이 되어 유물 손상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쇠못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수장고 내부 가구들은 끼워맞추기 기법을 사용하거나 나무로 제작된 전통방식의 못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수장고의 모습을 하나씩 살필때마다 유물을 관리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서 엿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세심한 배려 덕분에 앞으로도 우리의 문화재가 안전하고 오래도록 보존이 가능하리라는 강한 믿음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돌아오는 외규장각 의궤는 물론이고 앞으로 발굴될 문화재들이 이 곳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를 통해서 오래도록 보존되어 국민들에게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고, 나아가 후손들에게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오래도록 물려줄 수 있는 기반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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